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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배럴'로 향하는 마지막 난관, 이정후의 비밀번호 '3.4도'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시즌 초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11일(한국시간) 기준으로 이정후의 강한 타구(Hard-Hit) 비율은 48.9%로 메이저리그(MLB) 상위 19%에 해당한다. 강한 타구는 시속 95마일(152.9㎞) 이상을 의미한다. MLB 평균은 36.3%. 타구 속도가 빠르다는 건 정타에 가깝다는 의미다. MLB 대표 슬러거 지안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50%)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53.2%)와 비교해도 차이가 거의 없다.'총알 타구'는 배럴(Barrel)의 조건 중 하나다. 배럴은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가 만들어 낸 이상적 타구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 발사각 26~30도와 타구 속도 시속 98마일(157.7㎞)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높고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는 인플레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발표된 자료에선 배럴 타구 타율이 0.822, 장타율은 2.386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배럴 타구 비율은 4.4%(1위 바비 위트 주니어·27.3%)로 하위권이다. 타구 속도가 빠른데 배럴 타구가 적은 건 발사각 때문이다. 이정후의 타구 발사각이 3.4도로 리그 평균(12.2도)보다 낮다. 타구 발사각이 8~32도 사이인 스위트 스폿 비율도 22.2%(평균 33.1%)로 높지 않다. 뜨지 않는 '총알 타구'는 내야 그물에 잡힌다.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최근 달라지긴 했는데 이정후가 시즌 초반 바깥쪽 공을 계속 잡아당겨서 치더라. 타구 방향이 대부분 1루와 2루 사이였다"며 "(타격 유형상) 타구 각도가 높게 나올 수 없었다. 과거 추신수(현 SSG 랜더스)도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비슷한 이유로 땅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땅볼 비율은 57.8%로 리그 평균(44.6%)을 상회한다. MLB닷컴은 지난 10일 이정후를 내셔널리그(NL) 신인왕 투표 4위로 예상하며 '3월 31일 아버지(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 앞에서 홈런을 쳤던 것처럼 공을 띄우는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전했다. 낮은 발사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격 지표가 안정적이다. 헛스윙률(6.8%)과 삼진 비율(7.4%)은 MLB 최상위 1%로 흠잡을 곳이 없다. 발사각은 이정후의 '마지막 퍼즐'에 가깝다.타구 방향이 조금씩 다양해지는 건 고무적이다. 최근 3경기에서 안타 5개를 몰아쳐 0.200까지 떨어졌던 타율을 0.255(47타수 12안타)까지 끌어올렸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를 리드오프로 중용, 기회를 꾸준히 주고 있다. 송재우 위원은 "최근 (타격하는 모습이) 바뀐 거 같다. 그러면서 타구 속도가 빨라졌고 공도 더 뜬다"며 "이정후는 KBO리그 경험이 많고, 워낙 영리한 선수다. 이른 시점에 적응하지 않을까 한다. (초반 부침은) '미니 슬럼프' 정도 아니었을까 한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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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타격 자세 보정 없는 ABS, 한유섬의 이유 있는 '토로'

"이걸(높은 코스) 잡으면 어떻게 쳐요?"거포 한유섬(35·SSG 랜더스)이 허탈한 표정으로 물었다.한유섬의 타격은 올 시즌 초반 삐걱거렸다. 2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홈런 2개 포함 7타점을 쓸어 담았지만, 경기 전 타율이 1할대였다. 지난해까지 기록한 통산 타율(0.272)과 비교해 차이가 컸다.현장에선 그의 부진 원인 중 하나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거론됐다. 구단 관계자는 "유섬이는 타격할 때 몸을 낮추는 스타일인데 상하 높낮이 차이가 큰 ABS와 잘 맞지 않는 거 같다"고 말했다.올해 KBO리그에는 ABS가 적용되고 있다.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는 타자 키에 따라 각기 다른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된다.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이다. 키가 1m80㎝인 선수라면 상단은 101.43㎝, 하단은 49.75㎝, 1m90㎝는 상단과 하단이 각각 107.7㎝, 52.52㎝다. 타격 자세에 따른 보정이 적용되지 않는다.타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이다. 한유섬의 프로필상 키는 1m90㎝로 구자욱(삼성 라이온즈·1m89㎝)과 큰 차이 없다. ABS 존도 비슷하게 설정된다. 그런데 두 선수의 히팅 포인트가 다르다. 허리를 꼿꼿이 세워 타격하는 구자욱과 달리 한유섬은 무릎을 굽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타격 자세가 낮은 한유섬으로선 스트라이크존 상단이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A 구단 타격 코치는 "한유섬처럼 키가 큰데 타격할 때 숙여지는(기마 자세) 선수들은 ABS 체제에선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키가 1m63㎝로 최단신 듀오인 김지찬과 김성윤(이상 삼성 라이온즈)도 상황이 비슷하다. B 구단 관계자는 "경기하는 걸 보면 두 선수의 키가 같더라도 김지찬의 타격 자세가 더 낮은데 ABS는 동일하게 적용하는 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C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ABS 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불만이 많다"고 귀띔했다.지난 7일 열린 2024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규칙 변화 미디어 설명회에선 타자의 타격 자세가 다르면 ABS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이 나왔다. 발표자로 나선 한인국 KBO 운영1팀 대리는 메이저리그(MLB)도 신장을 재서 비율을 도출한다고 말한 뒤 "타격 자세별로 적용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더 많은 오류가 발생하고 악용될 소지가 있어서 MLB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한다"고 덧붙였다.ABS 체제에선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기준이 홈 플레이트(43.18㎝)에서 좌우 2㎝씩 확대 적용된다. 의도와 다르더라도 타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C 구단 타자는 "구장마다 ABS존이 약간 다른 것도 있다. 스트라이크존을 상하에 좌우까지 살펴야 한다. 여러 상황이 겹쳐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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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양현종은 왜 커브를 5개 던졌나

지난 26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한 양현종(36·KIA 타이거즈)은 커브를 5개 던졌다. 전체 투구 수(90개) 대비 5.6%로 비율이 높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 그의 투구 스타일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작은 변화'였다.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양현종의 지난 시즌 커브 비율은 2.5%였다. 체인지업(24.9%) 슬라이더(18.6%)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시즌 첫 등판인 롯데전에서 커브 비율을 올린 건 '의도한 결과'였다. 양현종은 경기 뒤 "확실히 커브가 키 포인트"라며 "올 시즌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자동 볼 판정 시스템)를 하면서 (커브가) 가장 중요한 거 같다. (이런 이유로) 다른 경기보다 커브를 더 많이 던졌다"고 말했다.올 시즌 KBO리그는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가 적용 중이다. 심판(사람)이 아닌 야구장에 설치된 전용 카메라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나눈다. 투수로선 ABS 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졌는데 양현종이 주목한 건 커브다. 이유가 있다. ABS 체제에선 타자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진다.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27.64%가 적용된다. 키가 1m80㎝인 선수라면 상단은 101.43㎝, 하단은 49.75㎝, 1m90㎝는 상단과 하단이 각각 107.7㎝, 52.52㎝다.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43.18㎝)에서 좌우 2㎝ 확대 적용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시행 세칙에 따르면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ABS 스트라이크 기준 센서점만 통과하면 스트라이크로 판정 받기 때문에 움직임이 큰 변화구가 유리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양현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커브가 중요할 거 같다. 커브 비율을 작년보다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다. 곽빈(두산 베어스)이나 박세웅(롯데)처럼 커브를 제2의 구종으로 던지는 투수들이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커브가 ABS 도입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양현종은 겨우내 커브를 가다듬어 시즌 첫 등판에서 테스트했다. 확신을 갖게 한 장면도 있었다. 3회 초 2사 2·3루에서 커브로 위기에서 탈출한 것이다. 노진혁 상대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커브에 ABS 센서가 작동했다. 높은 코스로 기존 심판이라면 볼 판정에 가까워 보였지만 ABS는 달랐다.투수마다 ABS 활용법을 파악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장에 따라 판정이 조금씩 다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혼란도 작지 않다. KBO리그 통산 168승을 기록 중인 양현종은 변화를 택했다. 그는 "커브나 각이 큰 변화구를 써야 한다. 어찌됐건 올해는 ABS를 해야하기 때문에 잘 이용해야 할 거 같다"며 커브 그립을 자주 잡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광주=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3.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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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양현종의 ABS 예상과 류현진의 72.6인치 커브

올 시즌 KBO리그에는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적용된다. 심판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기존 방식이 아니라 야구장에 설치된 전용 카메라로 볼과 스트라이크를 나눈다. 공의 위치와 궤적 등을 파악한 뒤 이어폰 등을 통해 결과가 전달되면 심판이 이를 듣고 그대로 판정하는 구조다.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시행 세칙에 따르면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27.64%가 적용된다. 키가 1m80㎝인 선수라면 상단은 101.43㎝, 하단은 49.75㎝, 1m90㎝는 상단과 하단이 각각 107.7㎝, 52.52㎝다.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43.18㎝)에서 좌우 2㎝ 확대 적용되며 어느 일부분이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로 선언된다.현장에선 홈 플레이트에서 움직임이 큰 변화구가 유리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포수의 포구 순간 낮게 떨어지더라도 ABS 스트라이크 기준 센서점만 통과하면 심판 손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 통산 168승을 기록 중인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가 가장 유리할 거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커브 던지는 횟수가 없었는데 커브 비율을 작년보다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다"며 "곽빈(두산 베어스)이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처럼 커브를 제2의 구종으로 던지는 투수들이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커브가 ABS 도입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부연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양현종의 지난 시즌 커브 구사율은 전체 구종 대비 2.5%였다. 커브의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에게 더욱 큰 관심이 쏠린다. ABS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한화와 계약, KBO리그 복귀를 선택한 류현진도 이제 ABS에 적응해야 한다. 커브 위력을 부쩍 향상했다는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의 커브 비율은 전년 대비 3.9%포인트(p) 내린 17.1%였다. 비중은 약간 줄었으나 헛스윙 비율은 13.3%에서 35.2%로 크게 향상했다.커브를 최소 100구 이상 던진 MLB 투수 중 커브 수직 무브먼트(Vertical Movement)가 72.6인치(1m84.4㎝)로 1위였다. 백스핀(backspin·역회전)이 걸리는 패스트볼과 달리 커브는 톱스핀(topspin)의 영향을 받는다. 날아가면서 공이 가라앉는데 수직 무브먼트가 크다는 건 그만큼 정점과 낙점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ABS에 유리한 구종이 커브라면 류현진은 이에 최적화한 투수다. 최정상급 기량에 한 가지 무기가 더해지는 셈이다. 그는 "일단 통과하는 (스트라이크) 존을 먼저 파악해야 할 거 같다. 그 부분이 첫 번째"라며 "어느 정도 감이 잡히면 충분히 (ABS에) 적응하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스포츠1팀 2024.02.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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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빌 제임스의 지론과 염경엽의 변칙 운영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 대가 빌 제임스는 한 가지 지론이 있다.그는 "불펜 에이스(마무리 투수)를 9회 2점 앞선 (세이브) 상황에서 기용하는 것보다 7회라도 동점일 때 활용하는 게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경기 후반 동점 혹은 역전을 위협받는 '하이 레버리지(High Leverage)' 상황이면 세이브 요건이 아니더라도 마무리 투수를 기용해야 한다는 의미. 제임스는 "(세이브 상황인) 3점의 리드를 지켜내기 위해 불펜 에이스를 사용하는 건 (능력이 좋은) 최고 경영진에게 (중요성이 떨어지는) 화재보험 협상을 시키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2004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는 그해 32세이브를 기록한 키스 폴크를 포스트시즌(PS) 전천후 자원으로 활용했다. 뉴욕 양키스와 맞붙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4차전에선 7회, 5차전에선 8회 폴크를 조기 투입해 불을 껐다. 고전적인 방식의 불펜 운영에서 탈피, 월드시리즈(WS) 우승 토대로 삼았다. 여러 실험에도 불구하고 제임스의 '마무리 투수 9회 등판 무용론'은 힘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감독은 불펜 에이스를 이른 타이밍에 투입하는 걸 꺼린다. 그만큼 위험 요소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세이브도 여전히 마무리 투수를 평가하는 중요 지표로 활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일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서 보여준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의 운영이 눈길을 끌었다. 염 감독은 5-4로 앞선 8회 말 시작부터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마운드에 세웠다. 8회가 승부처라고 판단, 마무리 투수를 한 박자 빠르게 교체한 '변칙 운영'이었다. KS 4차전에 앞서 염경엽 감독은 상황을 복기하며 "(1번 타자부터 들어서는) 8회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우석은 1과 3분의 1이닝 3실점했다. 9회 초 터진 오지환의 결승 역전 3점 홈런이 아니었다면 자칫 역전이 될 뻔했다. 전략은 실패였지만 한편으론 강한 여운을 남겼다. 염경엽 감독은 "내겐 모험이었다. 잘 막으면 '신의 한 수'가 되지만 결과가 안 좋았다. 결국 확률 높은 결정을 하는 건 감독이기 때문에 실패를 감수해야 한다"며 고우석 조기 투입을 후회하지 않았다.LG는 지난 7일 시작한 KT 위즈와의 KS를 앞두고 '선발 약세'라는 평가를 들었다. 선발 삼총사(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고영표)가 건재한 KT를 상대하는 게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담 플럿코가 건강 문제로 팀을 떠나는 악재가 발생했다. 실제 시리즈 KS 1차전 케이시 켈리를 제외하면 4차전까지 어느 선발도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4차전까지 3승 1패로 우위를 점했다. 선발의 아쉬움을 채우는 건 불펜이다. 인해전술에 가까운 '물량전'으로 KT 타선에 맞선다. 그 배경에는 선수를 적재적소 넣고 빼는 LG 코칭스태프의 판단이 있다. 정규시즌과 다른 변주를 주면서 상대에 혼란을 안기려 한다. 고우석이 9회가 아닌 8회 마운드를 밟은 배경이다. 염경엽 감독은 "(정석대로 하고 패하면 욕을 덜 먹지만) 욕 안 먹겠다고 확률을 떨어트릴 수 없다. 이기는 확률이 가장 높을까 고민하고 결정하는 자리가 감독"이라며 "결과가 잘못된 부문은 당연히 감독이 책임진다"고 말했다. 스포츠1팀 2023.11.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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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2020년 TB의 기적과 LG 7가지 무지개 방패

2020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대 화두는 탬파베이 레이스였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탬파베이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우승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돌풍의 진원지는 '불펜'이었다.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선발의 약점을 불펜으로 만회했다. 투구 유형, 팔 각도, 릴리스 포인트 등 불펜 투수들의 각기 다른 특징을 활용, 타자에게 혼란을 줬다. 오른손 사이드암스로 라이언 톰슨, 왼손 사이드암스로 애런 루프, 오른손 스리쿼터 존 커티스, 2m8㎝ 장신 애런 슬레저스, 파이어볼러 디에고 카스티요 등을 적극적으로 교차 투입했다. 카일 스나이더 투수 코치는 당시 "선수들 모두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KBO리그에선 탬파베이의 전술이 쉽지 않다. 워낙 선발 비중이 높고 불펜 뎁스(선수층)도 얇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2차전에서 보여준 운영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이날 LG 선발 최원태가 3분의 1이닝 만에 강판당했다. 1회부터 빠르게 불펜이 가동됐는데 무려 7명의 투수가 8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0-4로 뒤지던 경기를 5-4로 뒤집은 원동력이었다. 경기 뒤 포수 박동원의 얘기가 흥미로웠다. 박동원은 "(투수의 스타일이 다 다른 게) 강점이다. (타자 입장에선) 계속 새로운 투수를 만나다 보니 그렇게 쉽지 않은 상대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더 좋았던 건 투수마다 직구(포심 패스트볼) 다음으로 잘 던지는 변화구가 다 다르다는 거다. 그래서 구종을 선택하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KS 2차전 두 번째 투수 이정용은 오른손 정통파이면서 직구와 포크볼, 슬라이더를 섞는다. 세 번째 투수 정우영은 오른손 사이드암스로로 직구가 아닌 투심 패스트볼의 비중이 77.4%에 이른다. 두 선수는 투구 유형은 물론이고 구종 레퍼토리까지 다르다. 네 번째 투수 김진성은 직구와 포크볼이 주 무기인 베테랑.뒤이어 나온 백승현과 유영찬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릴리스 포인트가 다르다. 백승현이 투 피치에 가깝다면 유영찬은 포크볼 비중도 16.9%로 낮지 않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 전력 노출이 많지 않다는 점도 유영찬의 강점이다. 8회 등판한 함덕주는 왼손 투수로 체인지업을 섞는다. 디셉션(투구 시 공을 숨기는 동작)도 뛰어나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힘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파이어볼러다.'7인 7색' 필승조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타자를 상대하니 KT 타자들이 쩔쩔맸다. 투수마다 투구 수 30개를 넘지 않는 선에서 톱니바퀴처럼 불펜 운영이 맞아떨어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불펜을 확신하지 못했다. 선발이 약한 팀 사정상 불펜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문제는 경험이었다. 염 감독은 KS 2차전에 앞서 "(불펜의) 양은 많지만, (큰 경기를) 경험한 투수가 적다"며 "첫 경기(등판)에서 실패하면 선수도 부담스럽고, 그러면 카드 하나가 사라지는 거"라고 우려했다. 2차전 불펜 릴레이를 통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최상의 결과로 선수단 분위기는 고조됐다.탬파베이는 월드시리즈(WS) 우승 문턱은 넘지 못했다. 29년 만에 KS 우승에 도전하는 LG는 다를까. 염경엽 감독은 KS 2차전이 끝난 뒤 "굉장히 좋은 경험 해주면서 (선수들이) 감독에게 많은 카드를 만들어줬다"고 반색했다.스포츠1팀 기자 2023.11.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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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컷과 체인지업 콤비…'저속' 신민혁의 생존법

신민혁(24·NC 다이노스)은 흥미로운 투수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신민혁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0.7㎞/h에 머문다. 힘껏 던져도 145㎞/h를 넘지 않는다. 구위형이 아니지만 만만하게 볼 투수도 아니다. 그는 2021년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웠고 올 시즌엔 3년 연속 11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신민혁은 부족한 구속을 체인지업으로 채운다. 체인지업은 오프 스피드 피치(Off-speed pitch) 중 하나. 직구처럼 오다가 아래로 살짝 가라앉는다. 신민혁은 직구나 체인지업 던질 때 팔 스윙이 똑같아 타자 입장에선 더욱 까다롭다. 특히 그의 체인지업 그립은 '서클'이다. 엄지와 검지를 맞대 원(서클)을 만들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공을 덮는다. 일반 체인지업보다 공의 움직임이 더 크다. 왼손 타자 기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 '왼손 타자 공략'에 효과적이다. 스트라이크존에서 공을 하나씩 넣고 빼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다. 신민혁의 올 시즌 체인지업 비율은 41.1%에 이른다. 26.4%인 직구 비율을 크게 웃돈다. 자칫 투구 레퍼토리가 단조로울 수 있는데 컷 패스트볼(커터·27.4%)로 변주를 준다. 왼손 타자 기준 몸쪽으로 향하는 커터는 체인지업과 궤적이 다르다. 신민혁은 "체인지업이 왼쪽으로 휘면 커터는 반대다. (방향이 다르니) 체인지업 때문에 커터가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지난해만 하더라도 커터가 아닌 투심 패스트볼(투심) 그립을 잡았다. '피치 터널'을 활용한 조합이었다. 피치 터널은 투수가 공을 던진 릴리스 포인트부터 타자가 구종을 판단할 때까지의 구간을 일컫는다. 투구 폼이 동일하고 공의 초기 궤적이 비슷하다면 피치 터널이 길어져 그만큼 타자가 반응할 시간이 짧아진다. 체인지업과 투심은 궤적이 비슷하지만, 구속이 다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뭐래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투심을 던졌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를 밑돌자 투심이 아닌 커터를 장착했다. 효과는 만점이다. 신민혁은 지난달 31일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선발 등판, 6과 3분의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44㎞/h로 빠르지 않았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었다. 직구(15개)보다 더 많은 체인지업(35개)과 커터(28개)로 KT 타선을 무력화했다. 체인지업과 커터 레퍼토리를 뒷받침하는 건 '면도날 제구'다.PO 2차전 22타자를 상대하면서 내준 볼넷 단 1개.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김형준은 "변화구 컨트롤이 되니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직구가 아닌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다"며 "컨트롤이 정말 좋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을 거 같다. 던지라는 곳으로 잘 던져 (포수 입장에서) 편하다"고 말했다.체인지업과 커터 그리고 제구까지. 구속이 느린 신민혁의 남다른 '생존법'이다.스포츠1팀 기자 2023.11.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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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NC 마틴의 '톱 포지션' 조정과 성적 향상

개막 후 6월까지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28·NC 다이노스)의 톱 포지션(배트를 잡은 두 손의 위치)은 배꼽과 가슴 사이였다.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뛴 지난 시즌 타격 폼 그대로였다. 하지만 7월 초 그의 톱 포지션이 가슴 위쪽으로 바뀌었다. 16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에선 손의 위치가 귀 높이까지 올라간 걸 확인할 수 있었다.마틴은 미국에서의 타격 폼이 KBO리그에선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팀 동료 천재환과 타격 영상을 돌려보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고심 끝에 톱 포지션을 위로 올려 테이크 백(타격하기 전에 배트를 뒤로 빼면서 힘을 모으는 동작) 시간을 줄였다. 총으로 비유하면 장전하는 시간을 줄여 바로 격발하는 셈이다. 타격 동작에서 군더더기를 없앴다.톱 포지션에 따라 자칫 스윙 궤적이 달라질 수 있다. 스프링캠프가 아닌 시즌 중 변화를 준다는 게 쉽지 않지만, 과감하게 바꿨다. 마틴은 "미국에선 투수들의 피칭 타이밍이 대부분 일정하다. 손의 위치(톱 포지션)가 아래 있어도 타격 템포를 어느 정도 정돈하면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KBO리그는 투수들의 구종이 다양하고 피칭 타이밍도 다르다. 키킹 동작에서 정지 상태가 유지되는 투수도 있다. 손을 미리 올려 타격 시간을 줄이고 (줄인 시간으로) 투구 모션을 읽는 데 집중하려고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체격(키 1m75㎝·몸무게 83㎏)이 크지 않은 마틴은 레그 킥(Leg-kick)을 활용한다. 파워 포지션에서 오른 다리를 올려 힘을 모은다. 타격 시 자세 이동이 거의 없는 토 탭(Toe-tap)보다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다. 하지만 축이 되는 다리가 흔들리면 타격의 정확도가 자칫 떨어질 수 있다.송지만 NC 타격 코치는 "마틴의 손 위치가 올라간 건 결국 안정성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타격 폼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레그 킥으로 타격하는 선수인데 타격 시 팔이 올라가는 동작에서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팔이 (미리) 올라감에 따라 레그 킥할 때 흔들린 부분이 최소화되면서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마틴의 톱 포지션이 바뀐 건 지난달 6일 서울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전후다. 효과는 만점에 가깝다. 개막 후 7월 5일까지 그의 49경기 타율이 0.267(180타수 48안타)였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32홈런을 때려낸 '거포 유형'으로 기대가 컸으나, 장타율이 0.417로 높지 않았다. 톱 포지션에 변화를 준 뒤 지난 16일까지 26경기 마틴의 타율은 0.337(101타수 34안타), 이 기간 장타율은 0.584로 6할에 이른다. 그는 "손의 위치가 밑에 있을 때는 신경 쓰는 요소가 있었는데 이걸 제거하고 아예 위에서부터 시작(준비)하니까 투수 모션을 읽는 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타격에는 정답이 없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245홈런을 기록한 거포 미키 테틀턴은 배꼽 위치의 톱 포지션에서 어마어마한 파워를 만들어 냈다. '괴짜 타자' 크레이그 카운셀의 톱 포지션은 머리 위였다. 관건은 변화와 적응이다. KBO리그 팬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오래 뛰고 싶다는 마틴은 "2021년 톱 포지션은 높았고 2022년은 낮았다. 타격 폼을 시즌 중간에 바꾼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웃었다.스포츠1팀 기자 2023.08.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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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포심 버린 와이드너, 생존 위한 몸부림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29·NC 다이노스)가 '무기'를 바꿨다.지난 1월 와이드너와 계약한 임선남 NC 단장은 "좋은 제구와 함께 구위 또한 우수한 투수다. 특히 포심 패스트볼(포심·직구)이 위력적"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투심 패스트볼(투심) 위주인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와 다른 투구 레퍼토리를 장착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시범경기 막판 허리 통증으로 이탈한 와이드너의 KBO리그 데뷔전은 5월 30일 성사됐다. 창원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투구 수 98개 중 포심이 절반 이상인 50개. 체인지업(28개)과 슬라이더(20개)도 섞었지만, 투구 레퍼토리의 중심은 151㎞/h까지 찍힌 포심이었다. 계약 당시 구단이 기대한 모습 그대로였다.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와이드너는 첫 세 번의 등판에서 모두 경기당 포심 비율이 50%를 상회했다. 두 번째 등판인 지난달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56.3%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네 번째 등판인 지난달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포심 비율이 직전 등판 대비 39.3%포인트(p)가 급락한 13%에 머무른 것. 포심의 빈자리를 채운 건 바로 투심이었다. 지난달 3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와이드너의 전체 투구 수(88개) 대비 투심 비율은 44.3%였다. 12.5%에 그친 포심을 밀어내고 주 무기로 활용했다. 결정구 대부분이 포심 아닌 투심. 체인지업(23.9%)과 슬라이더(19.3%) 비율은 유지하면서 투심 전문 투수로 탈바꿈했다. 투구 레퍼토리에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아예 던지지 않았던 투심을 섞는다는 점에서 와이드너의 변화는 흥미롭다.왜 바꿨을까. 와이드너는 "포심이 안 먹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4와 3분의 2이닝 9피안타 9실점 난타당했다. 세 번째 등판 결과도 5와 3분의 2이닝 4실점으로 기대를 밑돌았다. 이후 자체적으로 '포심이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 뒤 투구 레퍼토리를 조정했다. 와이드너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포심이랑 투심을 많이 섞어서 사용했다. 하지만 이전에 내가 속했던 팀의 분석관들이 투심을 버리고 포심 위주로 투구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투심 투구를 잠시 중단했다"며 "사실 그때 '왜 투심을 못 던지게 하지?'라는 의문이 있기도 했다. 좋았던 기억들 때문에 (포심 위주의 투구를) 유지해 왔는데 최근 잘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어 6월 들어와서 투심을 많이 던지기 시작했다"고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와이드너는 투심 비율을 올린 최근 3경기에서 모두 6이닝을 소화했다. KT전에선 6이닝 3피안타 1실점 하며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는 "(투심을 늘린 결과는) 현재로선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와이드너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49경기(선발 13경기)를 뛴 '현역 빅리거'이다. 지난해에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으로 14경기를 소화했다. 콧대가 높은 선수라면 투구 레퍼토리 수정을 거부할 수 있다. 실패를 반복하다 짐을 싸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와이드너는 달랐다. NC에서의 성공을 위해 변화를 택했다. 그는 "포심과 투심 모두 내가 야구하는 이상 계속해서 매일 훈련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스포츠1팀 기자 2023.07.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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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장타율 0.377 김재환의 부진과 로테이셔널 히팅

프로야구 홈런왕 출신 김재환(35·두산 베어스)의 부진이 심각하다. 장타가 꽉 막혔다.김재환은 자타공인 슬러거이다. 2018년 홈런 44개를 터트려 데뷔 첫 홈런왕에 올랐다.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40홈런을 넘긴 건 1998년 타이론 우즈(당시 OB 베어스·42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국내 선수로는 처음이었다. 그해 장타율이 0.657. 그런데 올 시즌 김재환의 장타율은 0.377(12일 기준)까지 떨어졌다.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김재환의 개인 지표는 2021년부터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5할대 장타율(0.460)이 무너졌고 올 시즌엔 4할대마저 위태롭다. A 구단 타격 코치는 김재환의 부진을 두고 "몇 년 사이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rotational hitting system·허리 회전)이 더욱 강해진 모습"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미국에서 타격 이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중심 이동에 포커스를 맞춘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weight shift system)과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이다.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은 순간적인 허리 회전력을 이용, 강한 타구 생산에 이점에 있다.A 구단 타격 코치는 "좋은 타자들은 중심 이동(웨이트 시프트 시스템)과 회전(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이 섞여 있다. 김재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회전으로만 강하게 치려고 하니까 (이상적인) 방향성이 잘 나오지 않는 거 같다"며 "좋았을 때는 (밀어치는 것도 잘해) 왼쪽 타구가 많았는데 중심 이동이 원활하지 않으니 (타구가) 오른쪽으로만 향하는 방향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당겨치는 타구가 많으니, 타석마다 수비 시프트가 걸린다. 강한 타구로 수비 시프트를 깨야 하지만 힘이 잘 실리지 않으니 수비 그물에 걸린다. 장타율에 타율까지 급락한 이유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 얘기도 나오지만, 김재환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건 '부상'이다.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은 강한 허릿심과 탄탄한 하체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김재환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일단 많이 뛰어야 한다. 뛰는 건 스포츠, 야구의 기본이다. (김재환의) 무릎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몸의 회전력으로 치지만 하체 스피드가 떨어지면 공에 대응하는 스피드도 떨어진다"고 말했다.이승엽 감독은 KBO리그 통산 467홈런을 기록한 강타자다. 김재환과 같은 '왼손 거포'였던 만큼 누구보다 그의 상황을 잘 이해한다. 이 감독은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유심히 체크하고 있다. 조금씩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타이밍이 엇나가면 볼카운트가 몰리고 2스트라이크 이후 범타나 삼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김재환의 부진으로 두산은 타순 계획을 수정했다. 개막전만 하더라도 양의지(5번) 앞에 김재환(4번)을 세웠다. 양의지와 상대하기 꺼린 투수들이 김재환과 승부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김재환이 슬럼프에 빠지면서 효과가 미미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1일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가 2군으로 내려갔다. 김재환의 장타가 터지지 않으면 두산의 중심 타선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스포츠1팀 기자 2023.06.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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